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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관장님 인사말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강덕상 초대관장

사람의 생활도구는 그 시대를 말해주는 살아있는 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색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가족사진도 희미한 옛 기억을 현재로 되살려 줍니다. 여러 증명서 또한 그 사회가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감시하였는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일본으로의 도항증명서를 예로 들자면, 글씨가 모두 빨간 잉크로 쓰여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빨간 잉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조선인에 대한 차별•편견•경계•감시라고 생각합니다. 고난의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에 전시하고있는 대부분의 것은 재일동포의 기증에 의한 것입니다. 자료 하나 하나는 기증 해 주신 동포 한사람 한사람의 역사를 말하고 있습니다. 본명이 지워진 초등학교 성적표에서는 이름이 바뀐 아이의 당황스러운 얼굴이 떠 오릅니다. 엿장수의 가위에서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유쾌하게 흥얼거리는 아버지의 리듬이 들립니다. 할아버지의 앨범에서는 해방을 맞이한 동포들의 희망찬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자료관에 전시하고있는 모든 것은 젊은 세대에게 있어 조부모 시대의 역사 증명이며, 그 하나 하나가 자신의 뿌리를 알 수 있는 역사서가 됩니다. 자료관은 조부모의 시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전시를 30 분 보는 것만으로 조부모의 자서전을, 재일동포의 역사책을 한 권 읽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 전국에 재일동포의 자료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있는 곳은 여기 재일한인역사자료관 밖에 없습니다. 2005년 개관 이래 전국 동포들의 관심과 협조로 충실한 전시품을 가진 자료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자료관은 동포 사회의 역사를 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앞으로도 자료관은 어딘가에 묻혀있는 자료를 발굴하여 역사를 전해 가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관장 프로필〉

강덕상 (1932년 2월 15일~2021년 6월 12일)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나 2살 때 가족과 함께 일본에 왔다. 와세다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메이지대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만기 수료했다. 히토츠바시대학 교수를 거쳐 시가현립대학 명예교수를 지냈다. 저서에 『관동대진재』(추오코론샤, 1975), 『조선 독립운동의 군상』(아오키쇼텐, 1984), 『조선인 학도출진』(이와나미쇼텐, 1997), 『여운형평전』1~4 (신칸샤, 2002~19),『니시키에 속의 조선과 중국』(이와나미쇼텐, 2007), 편저에 『현대사자료』조선1~6 (미스즈쇼보, 1963~76),『시무의 연구자 강덕상』(강덕상구술기록간행위원회 편, 산이치쇼보, 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