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님 인사말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은 2005년에 설립되어 올해 개관 12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은 전국의 재일동포들로부터 기증받은 자료를 공개・전시하고, 토요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재일동포의 역사와 문화를 발신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습니다.
현재 해외동포는 700만명이라고도 하지만 재일동포는 역사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재일동포의 역사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인 근로자가 처음으로 일본에 건너간 온 것이 1897년경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그로부터 120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동안 한국병합와 식민지지배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본으로 도항할 수 밖에 없었던 결과, 해방 당시 재일동포는 200만명에 달했고, 해방 후에도 60만명의 동포들이 일본에 계속 머물게 되어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고난에 찬 재일동포의 역사는 바로 근대 일본의 역사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또한 동시에 오늘날의 세계로 눈을 돌리면, 지구상에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고향을 떠나 해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디아스포라 (이산)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재일동포의 역사는 그러한 역사 위에 자리매김 시킬 수 있습니다.
현실의 세계를 보면 다문화공생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아 곳곳에서 여러가지 갈등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재일동포의 역사와 문화는 단순히 일본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유산에 그치지 않고, 널리 세계로 이어지는 공통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재일동포의 역사에는 인류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 해외동포 700만명의 네트워크 거점으로서, 더 나아가 근대사회가 만들어낸 이민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심화시키기 위한 발신거점으로서,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의 역할이 더욱 더 기대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전국동포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충실한 전시를 목표로 하여, 재일동포의 역사와 문화를 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재일동포의 역사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어딘가에 묻혀 있을 자료를 발굴하여 전시하고 연구에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일동포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시민분들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재일한인역사자료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2017년 4월 이성시
〈관장 프로필〉
1952년 나고야에서 출생. 와세다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박사(문학). 요코하마국립대학 교육학부 조교수, 와세다대학 문학부 조교수를 거쳐,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교수(1997~2023년). 현재, 와세다대학 명예교수, 조선장학회 평의원. 그 외에,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1998년), 성균관대학교 초빙 교수(2009년),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장·문학부장 및 이사, 인간문화연구기구 이사, 조선사연구회 회장, 한국 목간학회 회장 등을 역임. 전공은 동아시아사, 한국고대사, 식민지조선의 사학사.
저서로는 『동아시아의 왕권과 교역』(아오키쇼텐/청년사), 『고대 동아시아의 민족과 국가』(이와나미쇼텐/삼인), 『만들어진 고대』(삼인) ,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이와나미쇼텐/삼인) 등. 공저 및 편저로는 『식민지 근대의 시좌』(이와나미쇼텐), 『한국 목간의 세계』(유잔카쿠), 『유학생의 와세다』(와세다대학 출판부), 『이와나미강좌 일본역사』(전22권, 이와나미쇼텐), 『세계역사대계 조선사』1·2 (야마카와출판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