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품해설

전시품해설 < 지폐에 나타난 침략성

지폐에 나타난 침략성

식민지 시대 조선인은 일본에 도항할 때 시모노세키에서 조선은행권을 일본은행권으로 등가 교환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폐에 인쇄된 인물은 달랐다. 일본 은행권은 쇼토쿠 타이시(聖徳太子, 100엔), 후지와라 카마타리(藤原鎌足, 10엔), 스가와라 미치마사(菅原道真, 5엔) 등으로 시대에 따라 초상이 바뀌었지만 조선은행권만은 1엔, 5엔, 10엔, 100엔 등에 모두 수염을 길게 기른 타케노우치노 스쿠네(武内宿禰)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다.

이는 1911년 조선은행권 제정 이래 1945년 조선 해방까지 일관됐다. 타케노우치노 스쿠네는 5대의 천황을 섬겨 300여세까지 장수했다는 일본 신화상의 인물로, 특히 제14대 츄아이(仲哀) 천황의 황후로서 '신라 정벌'을 감행해 조선을 고대 일본의 속국으로 삼았다는 진구(神功) 황후의 총참모장으로 알려진 일본의 무신이다. 매일 손에 쥐는 지폐에 그런 초상을 그린 의도는 고대부터 '조선은 일본령이었다'는 메이지 일본의 국가 의지의 표명이자 '한국병합'의 침략성을 은폐하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