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 포스터
태극기를 바탕으로 그려진 방범 포스터는 故박경식(朴慶植) 선생이 저서 '해방후 재일조선인사'(산이치쇼보우, 1989년)에서 소개한 것이다. 우에노 경찰 방범협력회가 주최한 도난 방지 월간용으로 우에노 경찰서가 후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에노 경찰서 관내 여러곳에 붙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때는 1946년10월 장소는 우에노이지만 오사카, 코우베, 후쿠오카 등 조선인 밀집 지역에도 비슷한 포스터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남을 속이는 것에 여러 수단이 있지만 여기서 보이는 것은 조선인을 범죄인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제국주의가 생성, 발전하는 모든 과정에서 조선을 짓밟아 생겨난 고질적인 조선관이다. 조선 민중은 전투적으로 맞섰다. 희생도 많았다. 그런 저항이 괘씸하고 불온한 '선인(鮮人)'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인이 향유하는 민주적 권리에서 재일조선인이 배제된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60년전 한 장의 포스터는 우리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체험한 '민주' 일본 사회에서의 또 다른 차별, 배척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