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군인
신주쿠역과 우에노의 공원에서 적십자 마크를 단 하얀 옷에 전투모를 쓰고 아코디언을 치며 군가를 부르며 '희사(喜捨)'를 구걸하는 상이군인이 기억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잊혀진 황군'(1963년)에 그려진 조선인 전상병의 슬픈 말로다.
왜 그들이 이렇게 구걸하게 됐는가. 그것은 조선인의 국적을 박탈하고 전후 책임을 포기한 일본 정부의 자세 때문이다. 일본인으로서 전쟁터에 나가 부상당했지만 전후에는 외국적이라는 이유로 일본 정부로부터 일체의 보상을 거절당해 무의 인생을 살게 된 이 처사야말로 전후 재일동포의 또 다른 원점이다.